1994년부터 중국서 활동한 ‘산 증인’··· “중국을 낮춰 봐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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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경제마찰로 한국의 어려움도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국제정치 감각과 외교적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 때이지요. 중국이 주변국에 너무 심하게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사드 이후 한국에서 커진 것 같아요. 하지만 중국도 국력이 커진 만큼 그에 걸맞게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시각도 가져볼 필요가 있어요.”

김도인 중국한국인회 고문은 9월15일 부산에서 기자를 만나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중국을 다른 눈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기자는 이날 한국해양수산개발원(원장 장영태)에서 추진 중인 해외한상들의 물류 화주 네트워킹 방안을 조언하기 위해 부산을 찾는 길에 미리 내려가 김도인 회장을 만났다.

“한국의 지도층은 미국과 가깝고, 미국의 시각에서 중국을 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중국을 낮춰 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지요. 미중 마찰 때 이기는 편에 서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고, 미국이 반드시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김 고문은 1994년부터 중국에 진출한 기업인이자, 중국한국상회, 중국한국인회에도 깊이 간여해온 ‘산 증인’이다. 중국에서 오랜 생활을 해왔고, 지금도 자녀를 중국에 상주시키며 기업활동을 하고 있기에 중국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산동성 칭다오로 진출했습니다. 1994년이었어요. 와이어로프를 제조하는 합작회사를 허베이 헝수이(衡水)에 만들었어요. 북경으로 진출한 것은 그 몇 년 뒤로, 버스정류장을 개선해서 BIS(버스출도착 정보시스템), 광고판, 편의점 등 IT와 이용객 편의가 접목된 스마트한 버스정류소를 만들자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시민 편의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중국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기대를 모았는데, 전국 약 60개 도시와 합작 계약을 하고도 순조롭지 못한 허가 문제, 사업을 위한 기본 인프라 준비 등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어야 해서 탄력을 받지 못했지요.”

태자당으로 불리는 중국 고위층 자녀와 함께 한 일이었으나 “돈만 까먹고 말았다”고 한다. 그 후 김 회장은 북경에서는 태산과기라는 IT회사를 만들어 한국과 관련된 관광 및 제품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마케팅 및 플랫폼 비즈니스로 방향을 돌렸다.

“지금은 브랜드 커머스가 메인비지니스 입니다. 중화권을 메인으로 전 세계에 K브랜드 및 제품들을 글로벌라이징하고 유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산동성 웨이하이에 물류거점을 만들고 일반무역 & 보세창고도 운영하고 있어요.”

김 회장과의 대화는 부산 남구 문현동에 있는 김 회장의 회사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부산국제금융센터에 가까운 곳이었다. 이날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는 사장을 맡고 있는 큰아들의 주재로 해외파트너와의 화상 미팅이 한창이었다. 룸 한켠으로는 이 회사에서 브랜딩하고 유통하는 식품, 화장품 등 제품들이 비치된 진열장이 있었다.

“이제는 아들들한테 자문하는 것으로 제 역할을 제한하고 있어요.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김 회장은 “코로나를 맞아서는 사장을 맡은 큰아들(김신재)이 일본과 유럽에 마스크 등 방호 용품 백억여원치를 보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세계한상대회에 참여하는 청년 한상네트워크가 있어요. 영비즈니스리더네트워크(YBLN)로, 2008년 부산 세계한상대회에서 결성됐습니다. 36개국에서 240명의 사업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아들도 YBLN 활동을 하면서 친해진 네트워크를 통해 마스크 수출 건 등을 성사시켰어요.”

김 회장은 “중국에서 생산해 내보내기는 하지만, 현지 공장을 직접 관리하며 품질을 철저히 체크해 클레임 하나 없이 큰 칭찬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김도인 회장은 중국 북경에 체류할 때 중국진출기업들의 전국모임인 중국한국상회 수석부회장도 지냈으며, 중국한국인회 제4대 김희철 회장 때는 수석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바둑에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말이 있어요. 내가 먼저 산 다음에 남의 돌을 잡으러 가라는 말입니다. 중국한국인회 회장으로 출마하려는 뜻이 있는 분들은 이 말을 새겨들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중국한국인회의 역사를 지켜본 김 고문의 제언이다. 그는 “자신의 비즈니스를 잘하시는 분이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한인회장을 맡아야지, 자신의 비즈니스를 위해 한인회장직을 이용하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인품과 비즈니스, 한인회장으로 일을 잘하는 것이 서로 비례하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 등으로 중국에 진출한 교민기업들이 어려운 지금 한인사회를 위해서는 중국한국인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올해 말 신임회장을 뽑는 중국한국인회 선거도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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